합병비율 평가한 회계법인 임직원이 이사회 참여…스팩 독립성 논란

입력 2023-12-01 08:10   수정 2023-12-04 09:25

이 기사는 12월 01일 08: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팩 합병 과정에서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외부 평가기관에 대한 이해상충을 방지할 장치가 미비하단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합병기업의 기업가치를 평가한 회계법인 소속 임직원이 스팩 이사회에 참여해 합병안에 동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프로TV를 운영하는 이브로드캐스팅은 NH스팩25호과 합병 진행하면서 이촌회계법인을 외부평가기관으로 선정했다. 이촌회계법인이 회사의 재무 상태 및 실적 전망 등을 토대로 스팩합병 비율을 산출했다.

NH스팩25호엔 현직 이촌회계법인 재무실사 SM(시니어 매니저) 오모씨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작년 11월 스팩 설립 당시부터 이사회 일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사외이사는 이촌회계법인이 작성한 이브로드캐스팅 합병 안건 통과를 위해 열린 NH스팩25호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했다.

스팩 이사회에 회계법인 임직원이 참여하는 건 흔한 일이다. 통상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주관사 및 투자사의 임직원을 비롯해 법무법인 및 회계법인 소속 임직원이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합병 과정에서 합병비율 등에 대한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데다 스팩의 경우 실질적인 사업 수행이 없기에 이사 역할을 하는 데 별다른 무리가 없어서다.

하지만 NH스팩25호와 합병을 결정한 이브로드캐스팅이 외부평가기관을 동일 회계법인으로 선정한 건 적절하지 못하단 평가가 나온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스팩 이사회는 스팩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자신이 소속된 회계법인에서 내놓은 기업가치 평가 보고서에 날 선 의견을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외부평가기관으로 이촌회계법인을 선정한 직후 사외이사가 사임했어야했단 지적도 나온다. 상법상 회사와 거래관계 등 중요한 이해관계에 있는 법인의 이사·감사·집행임원 및 피용자는 사외이사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스팩 전문투자사 관계자는 “굳이 왜 동일 회계법인을 외부평가기관으로 선정했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경우 스팩합병 안건이 이사회에 올라왔을 때 과연 이사회에서 소속 회계법인의 평가를 기반으로 한 합병비율에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브로드캐스팅은 복수의 회계법인을 검토해 회사의 기업가치를 가장 잘 평가해줄 곳을 찾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외이사가 이브로드캐스팅에 대한 직접적인 기업평가 책임자가 아닌 데다, 회계법인의 내부 차이니스월(정보교류 차단장치)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 만큼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는 설명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혹시 모를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선 외부평가기관이 평가 대상 회사와 특수관계에 있을 경우 평가 업무가 제한된다. 외부평가기관이 해당 회사의 주주이거나 회계감사인인 경우, 또는 외부평가기관 및 회사의 임원이 회사 또는 외부평가기관의 주요주주의 특수관계인인 경우 등이다. 하지만 외부평가기관 소속 임직원이 합병 대상 회사의 임원인 경우는 따로 규제가 없다. 그동안 IB 업계에선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제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스팩합병 뿐 아니라 일반 비상장사간 합병 과정에서도 반복될 수 있는 이슈다. 현행 법규상 문제가 없더라도 향후 관련 규제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B 업계 관계자는 “스팩 합병 과정에서 외부평가기관의 평가 의견서가 핵심적 역할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스팩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기업가치 논란 등 합병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잡음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선결 과제”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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